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박소현 번역
다산책방
세계 권위있는 상을 수상한 작품은 보고싶으면서도 볼 엄두가 안납니다. 왜 그럴까요?
수상작들은 어쩐지 난해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제 마음 한 켠 있나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작은 땅의 야수들]은 별다른 거부감없이 선택해서 읽었습니다. 무려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엄청난 작품인데 말이죠.
한국의 근대사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일까요? 대학시절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으면서 그 시절 그 느낌이 들더라구요.
1917년부터 1964년까지의 거대한 서사를 대하 드라마 보듯 술술 읽어내려갔습니다.
1. 내용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일본인 장교를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소설의 시작은 사냥꾼과 일본 장교로 시작하지만 해방 후 까지의 긴 시간을 이끄는 주인공은 옥희와 정호입니다. 어린 시절 기생과 부랑자로 만난 둘의 인연이 끊일 듯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서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를 겪고, 60년대 현대사까지의 시간을 같이 겪어나갑니다.
2. 호랑이의 의미?
왜 하필 호랑이일까? 막연하게는 알 것 같은데 명확하게 설명은 못 하겠더라구요. ㅠ 왜 하필 호랑이를 선택한 것인지.
아마도 독립심이 강한 호랑이의 성정이 불굴의 의지로 독립을 이뤄낸 그 시절 한국인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에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 감명 깊은 구절
많고 많은 글귀 중에 명보가 붙잡혔을 때의 느낌을 표현한 구절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명보가 3층 감방에 갇힐 즈음 새로운 공화국의 태양이 떠올랐다. 창문이 그리 높지 않았기에 그는 귤색 빛을 받아 반짝이는 기와지붕들과 헐벗은 가지의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을 활공하며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침의영원한 이 고요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시간의 흔적이 깊에 쓸고 간 명보의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삶을 위해 지불하기에 죽음은 아주 작은 대가였다.
간절히 원하던 독립을 이룬 후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명보의 태도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독립된 나라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후회없이 살아가고 싶을 것 같은데, 오히려 이제 할 일을 다했다는 태도로 죽음을 받아들이다니..
일제 강점기를 다룬 소설이나 미디어는 항상 독립을 위한 투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작은 땅의 야수들]은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또 사랑도 하는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게 참 매력적입니다. 한 편의 사랑 영화를 본 기분도 들구요.
감정을 파고드는! 소설 한 편 보고 싶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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