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허블
재밌는 책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 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공범>도 재미있었지만
독서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오래 걸렸는데,
이번에 읽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난 몰입감에 빨리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1. 감상평
저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약자들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버려짐에 맞서는 윤리.
2. 책 내용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는 전체적인 틀 안에 세 가지 이야기로 나눠져 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확산되어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된 인류가 우주 저편, 새로운 행성으로의 이주를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 3편의 이야기입니다.
"버려진 아이들 / 가정폭력 "
부모의 가정폭력으로 센터에 임시 거주 중인 옥주와 묵호. 그들은 좀비 세상에서 벗어나 우주선을 타고 이주 행성으로 날아갑니다.
기나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옥주는 피범벅이 된 선내에 이상함을 느끼고 함께 떠난 사람들을 살펴봅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는 옥주와 좀비로 변한 동료, 그리고 그 동료에게 공격 당한 묵호 뿐. 좀비가 되면 생각과 감정이 없어지는데
묵호는 옥주를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묵호를 버릴 수 없는 옥주는 그와 함께 이주 행성이 아닌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려 합니다.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
자폐를 갖고 있는 딸 노윤의 엄마 은미, 그리고 아버지를 잃고 병이 든 엄마를 책임지는 소녀.
은미는 보호자로서의 삶이 버겁고 힘듭니다. 하지만 여려보이는 소녀가 어떻게든 엄마와의 탈출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딸과 함께 살고자하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성 소수자"
뇌 종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간호사와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이 둘은 동성 부부입니다.
동성혼이 합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소수자입니다.
뇌 종양에 걸린 간호사는 존엄사를 신청하고 그런 아내를 옆에서 돌보며 지내는 또 다른 아내.
약을 주입하러 온 간호사가 좀비로 변한 것을 보고 세상이 바뀌었음을 알게됩니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고 죽어가는 아내 옆을 지키다 좀비로 변한 군인에 의해 좀비로 변해버린 보호자 아내.
한참 후 안락사하지 못하고 잠에서 깬 시한부 아내는 좀비로 변한 아내와, 그들이 좋아하는 거북과 함께
바다로 가서 함께 합니다.
이 세 이야기는 결국 같은 결론으로 모여지죠.
사랑은 '구해주기'가 아니라 '버리지 않기'에 가깝다.
상대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를 쉽게 버릴 수 있어서 더더욱.
하나 더 흥미로운 건, 이 책이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적어도 저의 독서감상으로는.
오히려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때로는 위험하고, 동시에 얼마나 인간적인지를 끝까지 붙잡죠.
그래서 “윤리”가 교훈이 아니라 상처를 감수하는 선택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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