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독서기록

[독서 기록장] 키메라의 땅 1, 2 결말, 줄거리, 후기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by saesae0101 2026. 9. 16.
반응형

 

『키메라의 땅』 — 진화해도 되풀이되는 것들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희진 옮김)
출판사 열린책들, 2025

 

더 지혜로운 존재를 새로 만들어도 끊어지지 않는 순환. 진화가 곧 진보는 아님을 조용히 되묻게 하는 우화.

 

1. 줄거리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한 진화생물학자는 인류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 하나의 종만으로는 변해 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세간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인간과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한 신인류 — 키메라를 탄생시킨다. 하늘을 나는 종, 땅속에서 살아가는 종, 바다를 누비는 종. 저마다 다른 환경에 맞춰 태어난 혼종들은 세계전쟁 이후의 지구에서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 잡아 간다.

과학자는 믿었다. 이 새로운 존재들이라면 인간이 오랜 세월 되풀이해 온 실수를 지혜롭게 끊어내고, 더 현명하게 살아가리라고. 그러나 혼종들 역시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서로를 질투하고, 반목하고, 세력을 다투며 싸운다. 그렇게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다시 더 지혜롭다는 새로운 혼종이 태어난다.

 

2. 느낀 점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세대가 바뀌고 종이 진화를 거듭해도, 인간이든 짐승이든 끝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앞선 종은 다른 종을 밀어내고 멸종시키며, 비워진 그 자리에서 또 다른 새로운 종이 출현한다. 더 나은 존재를 향한 기대는 매번 되풀이되지만, 그 기대가 완전히 이루어지는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진화가 곧 진보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질문처럼 읽혔다. 능력은 나아지지만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고, 창조와 번성 뒤에는 반목과 쇠퇴가 뒤따르며, 다시 새로운 탄생이 이어진다. 탄생-번성-갈등-소멸-그리고 또 다른 탄생으로 이어지는 이 순환이야말로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생명체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지혜로운 존재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으로는 이 순환을 끊을 수 없다는 것. 어쩌면 진짜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종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오래 맴돌았다.

 

진화와 공존,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 

상상력 가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좋아한다면 권하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