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체조
이유진 글. 그림
위즈덤하우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 그것만큼 떨리고 걱정스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 수줍음이 많아서 앞에 나가서 발표하거나, 손 들고 질문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혹여나 선생님과 눈이 마주칠까 싶어 눈을 내리깔기 바빴죠. 남들에게 주목받으며 말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아직도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정말 힘이 듭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가 말을 잘하나, 못 하나 평가하는 것 같아 긴장되기 일쑤입니다. 사실은 다들 그렇게까지 관심도 없는데 말이죠.
어린 아이 중에는 남들의 관심이 싫지 않은 아이도 있겠지만, 저처럼 관심이 부담스럽고 부끄러운 아이도 있을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 어떨까요? '마음 체조'는 긴장이 되는 순간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만의 체조로 안정을 찾아보는 귀엽고 다정다감한 책입니다.
1. 작가 소개
이유진
우주 만물이 덜고 있고, 나도 떨고 있어요. 용감하게 떨기 위해 지금도 마음 체조를 하고 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초록 뱀이 꾸울꺽!', '혼자 가요', '우리 동네 꾹꾹 도사', '내 친구 붕붕 도사'가 있습니다.
2. 책 내용
음악 발표회가 있는 날, 송이는 긴장되는 마음에 사자, 곰, 치타 같은 무서운 동물들에게 둘러싸여 발표하는 무시무시한 꿈을 꿨습니다. 아빠에게 떨리는 마음을 말했더니 아빠도 사실은 요리할 때 떨린다고 합니다. 맛없으면 어쩌나 하고 말이죠. 아빠는 그럴 때 마음이 달걀 프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살살 달래주는 거죠.
아빠의 사르르 체조를 같이 해봤습니다.
첫째, 가슴 위에 손바닥을 댄다.
둘, 손바닥을 동그랗게 돌린다.
떨리는 마음이 사르르 가라앉게 쓰다듬는 체조입니다.
엄마 역시 회사에서 회의할 때마다 떨린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꽃이 활짝 피는 걸 상상합니다.
엄마의 활짝 체조를 따라 해 봅니다.
하나, 두 다리는 곧게 펴고, 두 발은 엇갈리게 선다.
둘, 손바닥을 편 채 두 팔을 크게 벌린다.
셋,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젖힌다.
자신감이 활짝 피어날 것 같은 체조입니다.
동생 웅이는 친구 훈이와 싸워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합니다. 훈이가 사과를 안 받아줄까 봐 떨린다고 합니다.
웅이가 떨릴 때 하는 마음 체조입니다.
하나, 두 손을 포개어 얼굴을 가린 다음, 두 다리는 엇갈리게 선다.
둘, 두 손을 활짝 펼치면서 두 다리를 폴짝 벌린다.
셋, 여러 번 반복한다.
유치원에 가는 길, 송이는 나무에 떨리는 마음은 전해 봅니다. 나무 역시 줄기를 쭉쭉 뻗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신은 그대로인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송이는 송이답게 하면 된다고 용기를 줍니다.
나무의 쑥쑥 체조를 같이해봅니다.
하나, 등을 곧게 편다.
둘.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발끝을 세운다.
셋, 손끝을 머리 위로 쭉 뻗어 올린다.
나무와 헤어지고 다시 길어 걷는데, 봉구와 봉구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오늘 송이는 봉구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송이도 봉구도 모두 떨려서 망칠까 봐 걱정이라고 할아버지께 말합니다.
봉구 할아버지도 사실은 떨린다고 하십니다. 그럴 때는 그냥 떨어도 된다는 말도 해주셨습니다.
봉구 할아버지의 탈탈 체조를 해볼까요?
하나,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린다.
둘, 온몸에 힘을 뺀다.
셋, 마음이 떨리는 만큼 몸을 마구 흔들어 준다.
유치원에 도착한 송이와 봉구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은 오늘 음악회 사회를 맡으셨는데, 선생님도 많이 떨린다고 걱정하십니다.
선생님의 아자아자 체조를 같이 해봤습니다.
하나,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두 다리를 곧게 편다.
둘, 서로 손을 맞잡고 아랫배에 힘을 준다.
셋, 아자! 아자! 우렁차게 외치며 두 손을 힘차게 들어 올린다.
음악 발표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도 노래를 부르는 송이와 봉구도 모두 모두 떨면서 발표했습니다.
그날 밤 꿈에 사자가 나와 말했습니다. "아휴, 무시무시한 척하기 힘들다. 사실은 너무 떨리는데..."
3. 느낀 점
마지막 장면을 보고 묘한 위안을 얻었습니다. 이 세상 모두가 사실은 떨고 있다는 것에 말입니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말이죠. 다른 사람들 모두 긴장한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내가 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만 겁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많은 사람들 역시 그렇다고 하니 안도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마음 체조'를 쓰고 그린 작가님 역시 떨고 있다고 하시니 더욱 위안이 됩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남편이 이 책을 빌려왔는데, 아이에게 읽어 주면서 저도 나만의 마음 체조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마음 체조를 개발해서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아이도 아이만의 마음 체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네요. 요즘 부쩍 수줍음이 많아진 아이에게 작은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귀여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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