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집
글 정진
그림 김화미
대교
아파트 단지 안에는 장난감 총알이 참 많이도 떨어져 있습니다. 누가 언제 쐈는지 모르는 그 총알들을 보면 아이는 즐거워하며 줍곤 합니다. 볼 때마다 처음 본 것처럼 신기해하면서 말입니다. 엄마인 제 눈에는 그저 버려진 물건일 뿐인데 아이에게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재밌고 소중한 장난감으로 보이나 봅니다.
아이들에게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흥미진진한 놀잇감인 것 같습니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총알뿐만 아니라 돌멩이, 솔방울, 나뭇가지 등 어른들은 그냥 지나치곤 하는 것들까지 말입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에게 물건의 가치란 가격이나 희소성이 아닌 그저 그 물건의 존재 자체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그림책 '무지개 집'은 아빠가 접어 준 색종이 친구들과 머리카락 뱀의 이야기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하찮고 볼품없는 먼지 같은 존재지만 색종이 친구들은 머리카락 뱀을 따뜻하게 보듬어 줍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1. 작가 소개
정진
정진 선생님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93년 엄마가 쓴 동화전과 <여성신문> 여성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었으며, 1994년 제13회 새벗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으로 '우리가 정말 알아야 될 인생(공저)', '감이 익을 무렵', '토끼눈 아이', '열려라, 문' 등이 있습니다.
김화미
김화미 선생님은 한양여자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밝은 미소를 선물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품으로 '토끼가 될 테야', '개와 고양이와 푸른 구슬', '눈의 여왕', '꽃나라 임금님' 등이 있습니다.
2. 책 내용
큰별이에게는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 집이 있습니다. 무지개 집 안에는 아빠가 색종이로 접어 준 예쁜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얀 문어, 빨간 금붕어, 파란 돌고래, 보랏빛 상어, 이렇게 4마리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무지개 집에서는 재채기라고 했다가는 친구들이 휙 날아가 버립니다.
어느 날 무지개 집에 새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머리카락 뱀입니다.
"안녕? 어서 들어와." 상어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너는 처음 보는 빛깔이구나?" 문어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머리카락 뱀은 깜깜한 밤을 닮은 검은색입니다.
"너는 어떤 종이로 만든 거니?" 금붕어가 이리저리 살피더니 물었습니다.
"난 만든 게 아니라 그냥 머리카락이야. 큰별이가 머리 빗을 때, 살짝 도망 나왔어."
모두 손뼉을 치며 반가워했습니다.
머리카락 뱀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무지개 집은 아늑하고 친구들도 정다웠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큰별이 엄마가 청소를 하러 왔습니다. 머리카락 뱀은 가슴이 콩콩 뛰었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 때 상어가 지느러미를 활짝 벌렸습니다. 품속에 숨으라고 말이죠. 머리카락 뱀은 상어의 지느러미에 쏙 숨었습니다.
무지개 집은 참 따뜻했습니다.
3. 느낀 점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아이들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세상은 점점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무지개 집' 마지막 장에 작가님이 쓰신 글입니다.
아이가 길에서 총알을 주워 주머니에 쏙 넣으면 '저런 걸 도대체 왜 주워 오는 걸까?' 생각하곤 합니다. 남이 버린 것, 길바닥에서 굴러다닌 것, 더러운 것, 이렇게 안 좋은 생각만 들어서 총알을 챙겨오는 아이가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흥미진진한 놀잇감인 거죠. 아무리 비싸고 멋진 장난감도 아이에게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총알과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장난감을 사주는 부모 입장에서 맥 빠지는 소리이지만 말입니다.
아이를 보며 어른인 저는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찮은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몇 번 쓰지도 않은 것들을 쉽게 쉽게 버리는 저는 아무래도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무지개 집'은 정말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공간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색종이 친구들을 무지개 집에 고이 넣어 둔 큰별이의 마음도 정말 예쁩니다. 그리고 머리카락 뱀을 온 마음을 다해 맞아주는 색종이 친구들 역시 마음이 예쁩니다. 엄마의 청소라는 큰 고비를 상어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기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귀엽죠. 잘 보이지도 않는 머리카락 한 올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책의 교훈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며 '무지개 집'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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