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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책

[유아 추천 도서] 우산 놀이 / 정희지 글, 그림

by saesae0101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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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놀이

글, 그림 정희지

위즈덤하우스

 

어릴 때, 비가 오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놀이터 바닥이 폭신폭신한 우레탄으로 덮여있지만, 제가 어릴 때는 모든 놀이터가 흙으로 덮여있었죠. 제가 살았던 오래된 아파트 역시 모래로 되어있어 모래놀이를 정말 많이 했답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따로 물을 떠 올 필요도 없이 빗물로 적셔 모래를 뭉치며 떡도 만들고 밥도 만들고, 그렇게 놀았더랬죠. 그리고 모래를 퍼내 웅덩이를 만들고 빗물이 고이게 해서 첨벙첨벙 발장구도 치며 놀았습니다. 옷이 젖든 말든 전혀 상관없었죠. 그 시절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이런 모래놀이 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놀이터에서 흙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비가 오는 날에는 혹여 미세 먼제라도 묻을까, 감기라도 걸릴까 나가 놀지 못하게 하죠. 미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아이를 설득하기 바쁜 엄마입니다. 

그림책 '우산 놀이'에 대해 쓰려고 하니 갑자기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네요. 우산 하나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남매를 보자니 자유분방하게 빗속을 노닐었던 저의 어린 모습이 아련히 생각납니다. 이게 바로 그림책이 주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해 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1. 작가 소개

정희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공예 디자인 스튜디오 퀸지 오브젝트를 운영하며 동시와 그림책을 쓰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외 9편의 동시로 제15회 창비 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우산 놀이'는 비 오는 날에 떠오른 생각에 즐거운 고민과 어린 시절 추억을 더하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날마다 비가 그치지 않아도 우리 재미있게 놀아요. 

 

2. 책 내용

비 오는 날, 거리로 나온 남매는 알록달록 펼쳐진 우산들을 보며, 까만 우산 두 자루를 쓰고 나온 자신들의 우산이 심심해 보였습니다. 남매는 걸음을 멈춰 우산을 꼭 잡고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까만 우산이 토끼 우산과 호랑이 우산으로 변했습니다. 누나와 동생은 토끼와 호랑이 흉내를 내며 놀았습니다.

또 다시 걸음을 멈추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펑!" 이번에는 우산이 왕관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여기 보아라, 토독토독 나라 대왕님 나가신다." 임금님 흉내를 내는 누나를 동생도 귀엽게 따라 하며 놀았습니다.

다시 걸음을 멈춰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꽃게 우산으로 변신! 누나와 동생은 꽃게처럼 달리며 누가 더 빠른지 시합했습니다.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통통, 보슬보슬, 후드득후드득, 타타타 타타타 빗소리에 따라 나비도 되었다가, 거북이도 되었다가, 공룡도 되었다가, 배도 되었습니다. 굵은 비가 쏟아질 때면 로켓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비바람이 강해질 때면 낙하산이 되어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합체해서 줄줄이 기차가 되어 힘차게 달리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재밌는 상상을 하며 놀았습니다. 

내일은 뭐 하고 놀까요?

 

3. 느낀 점

우산 하나로 이렇게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다니! 아이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를 들여다보니 저 역시 기분이 몽글몽글해져 덩달아 신나게 읽었습니다. 비록 심심한 까만 우산일지라도 친구들의 알록달록 화려한 우산에 주눅 들지 않고, 더 멋지고 재밌는 우산으로 변신시키는 어린 누나와 동생이 대견하고 귀엽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어릴 때 우산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놀았던 것 같습니다. '우산 놀이'에 나오는 남매처럼 화려한 생각은 못 했던 것 같고, 우산을 펼쳐 들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산을 타고 둥실둥실 날며 세상 구경도 하고, 원하는 장소에도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그런 걸까요? 요즘은 우산을 너무 쉽게 사곤 합니다. 우산 없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우산을 사버리죠. 스스럼없이 말입니다. 그렇게 사들인 우산이 집에 너무 많습니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우산을 단순히 잠시 비를 피하는 도구쯤으로 여기기보다는 조금 더 귀히 여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작정 사놓고 방치해버리지 말고 창고 깊숙이 숨어있는 오래된 우산이라도 잘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녹슬고 못생겼더라도 나만의 멋진 우산을 상상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아이 책을 빌려서 읽어줍니다. 집에 있는 책들은 이미 너무 많이 봐서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더라고요. 한창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 책만 보더니 요즘에는 시들해져 과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떤 책을 재밌어할까, 무슨 소재에 흥미를 느낄까 궁금해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빌려 보는 중입니다. 특히 남편은 최신 출판 책을 잘 빌려 옵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요즘 그림책을 보면 저도 정말 재밌더라고요. '우산 놀이' 역시 올해 2024년도에 출판된 따끈따끈한 신작인데, 내용 뿐 아니라 그림체와 색감도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아이와 함께 보기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두런두런 아이에게 읽어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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