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잔잔하지만 강렬한 소설.
[두고 온 여름]은 오랜만에 읽은 한국 소설인데요,
책읽기가 오래 걸리는 편인 제가 이 소설은 하루만에 다 읽었네요?ㅎ
단편 소설이 아님에도 하루 이틀 사이에 읽을 수 있는, 짧으면서도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다 읽고나서는 주인공들의 행복을, 좀 더 나은 삶을 간절히 바라게 됐어요.
다른 독자 분들도 아마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1. 내용
[두고 온 여름]은 재혼을 계기로 생긴 '형제' 기하와 재하의 서늘하고도 따스한 기억을 섬세하게 그리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기하에게 갑자기 찾아온 새어머니와 여덟 살 어린 재하는 낯설고 불편한 존재입니다.
기하는 두 사람의 애씀에 불편함을 느끼며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지만,
병원 진료 후 함께 먹은 중국냉면 같은 사소한 경험이 미세한 온기를 남깁니다.
재하 역시 친아버지의 폭력과 불안 속에서 안정적인 가정의 감각을 배워가지만,
형과 진정한 가족이 되지 못한 미묘한 애틋함을 간직합니다.
그렇게 네 가족은 약 4년간 함께 하다가 각자 흩어지고, 성인이 된 기하아 재하는 우연히 재하가 운영하는 식당 앞에서 재회합니다.
그들은 함께했던 여름날, 아버지가 자주 데려가던 '인릉'을 다시 찾아가 어색하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과거에 묶여있던 마음을 조심스레 풀어냅니다.
소설은 두 사람의 교차 시점을 통해 같은 사건을 다른 감정으로 재해석하며,
사진과 카메라가 '놓아온 여름'을 회상하고 기록하는 매갳로 기능합니다.
결국 [두고 온 여름'은 놓칙 사라진 듯한 가족과 사랑의 흔적, 그리고 그로부터 남은 감정들을 조용히 복원하며
애틋한 위로를 전합니다.
2. 작가의 말 中
[두고 온 여름]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하와 재하도 그럴 수 있기를, 그들이 살아갈 나날이 더욱 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곳에서 기하와 재하는 몇번의 여름을 맞을까.
몇번의 사랑을 하고, 또 몇번의 이별을 준비할까.
나는 어떨까.
이 소설을 읽는 당신은.
우리가 맞을 무수한 여름이 보다 눈부시기를.
어딘가 두고 온 불완전한 마음들도 모쪼록 무사하기를.
바란다.
-성해나
3. 느낀 점
가족을 이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 4년.
그 중에서도 같이 지낸 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한참이 지난 후에 재하를 찾아가는 기하의 용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어색하기만했던 8살이나 어린, 남이나 다름없는 동생.
안 봐도 그만인 사이임에도 기하는 왜 재하를 찾아갔을까요?
그 옛날, 가족으로 불리며 지냈던 그 짧았던 시간. 그 때 두고 온 무언가가 떠올라서 그랬을까요.
그 때 두고 온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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