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영 장편소설 『빵충 사육 준수사항』
1. 내용
하는 일마다 번번이 실패하던 한 청년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갓 구운 소금빵과 생김새도, 맛도 꼭 닮은 식용 애벌레 '빵충'이다. 디저트 열풍으로 들썩이는 세상에서 빵충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청년의 사육장은 일생일대의 기회가 된다.
빵충을 키우는 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준수사항'이 있다. 규칙은 분명하고, 지키기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빵충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들고, 경쟁은 치열해진다. 더 많이, 더 빨리 팔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사육자들은 하나둘 선을 넘기 시작한다. 조금만, 이번 한 번만 하며 어긴 준수사항은 결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돌아온다. 통제를 벗어난 빵충의 성충들이 마을을 덮치면서 평범했던 일상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넘나들며, 달콤한 유행 뒤에 숨은 인간의 욕망과 우리 사회의 민낯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길!)
2. 마음이 가는 문구


계속 실패만 하는 주인공의 처참한 심경이 담긴 글이 참 와닿았다.
3. 감상평
요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주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강렬한 표지와 '빵충이 도대체 뭐지?' 하는 궁금증에 이끌려 집어 든 책이다. 그런데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봉준호 감독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기발하고 엉뚱한 설정으로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서늘하게 현실을 찌르는 그 감각이 그랬다.
먼 미래에는 곤충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은 늘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 미래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솔직히, 이왕 곤충을 먹어야 한다면 빵충처럼 빵 식감에 빵 맛이 나는 곤충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준수사항'이라는 제목의 아이러니다. 지켜야 할 규칙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도 사육자들은 끝내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 몰라서가 아니라, 지킬 수 없는 현실에 내몰려서다. 그 모습에서 오늘날 농가와 자영업자들의 암담한 현실이 겹쳐 보여 씁쓸했다. 유행의 조짐이 보이면 사람들이 득달같이 몰려들어 반짝 붐이 일고, 또 금세 다른 유행으로 옮겨간다. 그 파도 속에서 버티지 못한 이들은 너무 쉽게 무너진다.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우리가 이미 여러 번 목격한 장면 아닌가.
통제 불능이 된 빵충 성충들이 마을을 휩쓰는 장면은, 결국 아무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사회가 맞이하게 될 재앙처럼 읽혔다. (더 이상은 스포라 여기까지만!)

가볍게 시작했다가 묵직한 질문을 안고 책을 덮게 되는 소설.
색다른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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